단식 14일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드디어 내일 퇴소합니다.
여기 오면 자연스럽게 새벽형 인간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새벽 5시 30분!
알람소리에 어김없이 일어나 창문을 확 열고 풍욕을 시작합니다. 제법 쌀쌀해진 새벽공기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탈의를 하고 담요를 뒤집어 쓰고 가만히 기다립니다. 흘러나오는 MP3풍욕 파일의 지시에 따라 담요를 벗었다 덮었다를 반복합니다. 누워서 붕어운동, 복식호흡, 모관운동등을 하다보면 어느새 30분이 지나고 풍욕을 마칩니다.

소금으로 가볍게 양치를 하고 1층으로 내려가
개인적으로 최대의 난코스인 소금물 1리터 마시고 장청소하기에 돌입합니다. 매일 아침 소금물 한통을 노려보면서 결연히 맞섭니다.
소금물마시기는 진짜 쉽게 적응이 안되는 코스지만 단식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단계이므로 빼지말고 꼭 해야만 합니다.
소금물 한통 마시는 동안 저는 현미차, 쥐눈이약콩차 등 고소한 맛을 내는 차를 타서 중간 중간 마시고 원장님의 특제 소금으로 담근 동치미 한컵까지 곁들이면 그럭저럭 소금물 한통이 배속으로 들어가더라구요.
톡 쏘는 동치미가 장청소에 탁월해서 최소 6~7번 쾌변으로 장을 깨끗하게 비울수 있어요.
그 다음부턴 짜여진 스케줄에 따라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단식 중 절대 빠지지 말고 꼭 참여해야 하는
세가지! 바로
요가, 산책, 냉온욕 입니다.
음식물을 끊은 상태에서 매일 소금물을 마시고
몸을 움직여주면 체지방이 잘 탄다고 하더군요.
원장님이 주관하시는 요가클래스는 정말 강추합니다.  과거에 요가를 몇 년 했지만 코로나사태로 지난 3년간 운동을 딱 접었더니 몸이 뻣뻣해져서 단식원 입소 첫날 요가 시간에 온 몸이 땡기고 근육이 찢어지듯  아프고 오금이 저려서 아주 당혹스러웠습니다.
지난 2주간 매일 아침 빠지지않고 요가 클래스에 참여한 결과 오늘은 오금을 펴고 손으로 발바닥을 유연하게 잡을 수 있게 되더라구요.

매일 아침 2시간씩 근처 소리산으로 산책을 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단식원 생활의 큰 즐거움이랍니다. 요즘엔 날씨까지 환상적이라 회원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볍게 걷다보면 " 어? 내가 지금 단식원에 있는거야? 친구들이랑 소풍을 온거야?" 헷갈릴 정도로 몸도 마음도 즐겁습니다.
오늘은 밤나무에서 알이 굵어진 밤송이가 바람에 떨어져 탐스런 밤이 툭툭 불거져 있기도 해서 거의 한말은 될 양을 배낭에 담아서 내려왔습니다.

오후 3시경이면 하루 일과중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냉온욕을 하러 비발디 파크 사우나로 향합니다.
냉탕에서 시작해서 5분씩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오가며 8냉 7온,  총 75분간 실시합니다.
냉온욕의 효과는 실로 놀라워서 피부를 매끄럽게 하고 몸속의 독소를 배출하는 등 좋은 효능을 셀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짧게는 3일 ,길게는 10 일, 15일, 30 일 동안  단식원 생활을 하는 동안 회원들과 친해지면 생활이 훨씬 즐거운데 이 냉온욕 시간이 서로가 거리낌없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됩니다.

어느새 15일 코스가 지나고 집에 갈  생각을 하니 시원하면서도 친해진 언니, 동생들과 헤어질 생각에 너무 섭섭합니다.

15일을 굶고 이렇게 건강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젠에 오면 그 일이 가능해진답니다.

원장님, 부원장님, 차경하실장님, 남상혁 선생님, 권오성선생님, 김재국선생님 모두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