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한방단식원

체험수기

 
작성일 : 18-05-02 19:48
10일 해독단식일기
 글쓴이 : 천소연
조회 : 1,845  

#해독단식일기

 

<2018-03-30 ; 1일 차>

정오가 넘어서 단식원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소금물 2L를 마셔야 했는데, 조금 고역이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어도 꾹 참고 마셨다. 장청소를 한 뒤, 사우나로 향했다. 처음 해 본 냉온욕은 낯설기도 하고, 이걸 남은 9일 동안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후에 단식하면서 깨달은 거지만 기우였다. 냉온욕은 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돌아와서는 체형관리를 받았다. 아프기도 했지만 시원한 느낌이 더 컸다. 무엇보다 선생님께서 얼굴경락을 해주셨는데 얼굴이 순식간에 작아진 게 느껴져서 깜짝 놀랐다. 기분이 좋았다. 히히 꾸준히 해서 얼굴이 CD만 해졌으면~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이어캔들을 했는데 타닥타닥 타는 소리가 마치 ASMR 같았다. 마음도 평안해지고, 잠이 솔솔 왔다.

 

방에 돌아와 잠을 청하려고 누웠는데, 무언가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내 좌우명인 ‘知好樂’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남은 기간 힘들어도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자고 다짐했다.

 

<2018-03-31 ; 2일 차>

아직은 낯설어서 그런지 잠을 설쳤다.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었지만, 원장님이 알려주신 대로 풍욕을 진행했다.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옷을 벗고 혼자 이불을 벗었다 덮었다 하려니 약간은 부끄러웠다. 7시가 되자마자, 소금물을 마셨다. 첫 날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리산으로 산책하러 갔다. 오랜만에 운동하니 다리가 뻐근했다. 산책 도중에, 햇빛에 바짝 말라 가고 있는 도롱뇽이 보였다. 나뭇잎으로 살짝 터치를 했더니 살아는 있는 것 같아 같이 산책하던 분과 함께 근처 계곡에 넣어주었다. 그러자 조금 있다가 물속에서 살아 움직였다. 사소한 거였지만 괜히 뿌듯했다. 난생처음 보는 도롱뇽은 매끈하고 정말 귀여웠다. 약수터까지 걸어와, 물을 마셨다. 운동한 뒤 마시는 약수는 정말 시원하고 꿀맛이었다.

 

단식원에 돌아와 요가 수업을 들었다. 평소 운동은 전혀 하질 않았으니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원장님께서 한방순환(부항)을 해주셨다. 아아... 평소에도 엄살이 심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긴 하지만 정!말!로! 아팠다. 끝나고 사우나에서 보니 등이 온통 보랏빛이었다. 그만큼 독소가 많다는 말이겠지. 목욕탕에서나 봤던 습좌훈을 처음으로 해 보았다. 은은한 쑥 향이 코에 맴돌았다.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프로그램의 마지막으로 그 유명한 된장 찜질을 했다. 힘들다는 후기를 봤지만, 따뜻한 곳에 가만히 누워 있는 게 뭐가 힘들겠어, 하고 코웃음을 쳤더랬다. 결론은 오늘 했던 프로그램 중에 제일 힘들었다. 도저히 못 참아서 나중에는 손을 뺐다. 앞으로 남은 2번이 두렵다.

 

방에 돌아와서 구충제를 먹었다. 속이 약간 쓰렸고, 몸도 마음도 고됐다. 오랜만에 몸을 썼으니 힘든 게 어쩌면 당연하다. 내일은 조금 더 익숙해지겠지, 하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잠을 청했다.

 

<2018-04-01 ; 3일 차>

잠을 또 설쳤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온몸을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팠다. 힘들어서 풍욕은 못 하고 7시까지 계속 누워있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장청소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원하게 화장실을 가지 못했다. 찜찜하고 배가 더부룩했다. 소금물을 마시고 처음으로 붕어운동을 했다. 다리만 파닥파닥 거리는 게 마치 한 마리의 인어가 된 것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서 두루머리로 산책을 갔다. 늘 같은 곳으로 가면 지루하니, 기분 전환을 하라는 원장님과 부원장님의 배려가 느껴졌다. 다만 산책코스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애를 조금 먹었다. 아직 3일 차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배고프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주위에 먹을 게 너무 많아서 참기 힘들었다. 그래도 참아야지 별수 있나...

 

산책 후 냉온욕을 하니, 난조를 겪었던 컨디션이 회복되는 기분이었다. 아까 두루머리에서 운동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아, 이마트24에서부터 걸어왔다. 1시간이 걸렸다. 도착하자마자 엘자다리 20분, 붕어운동 10분, 다리마사지기로 다리를 풀어줬다. 두 번째로 한 초음파는 처음보다 아팠다. 하고 나니 피부가 빨개져 있었다. 건쑥은 습좌훈보다 뜨겁진 않았지만, 냄새가 조금 심했다. 부원장님이 여자들에게 정말 좋다고 설명해 주셔서, 평소 심했던 생리통이 나아졌으면, 하고 바랐다. 다만 앞으로 건쑥을 할 때는 단식원에서 제공해주는 옷을 입고 가야겠다.

 

오늘은 속이 쓰려서 2회에 걸쳐 마그밀을 10알을 먹었다. 누워있으니 목까지 후끈한 느낌이 들어 쉽게 잠이 들지 못했다.

 

<2018-04-01 ; 4일 차>

여전히 잠을 설쳤고, 피곤했고, 몸이 무거웠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고 일어나자마자 장청소를 하기도 전에 설사를 했다. 나중에야 마그밀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소금물을 먹었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이제는 소금물을 마실 때 속이 가장 편안하다. 거의 1분 컷으로 벌컥벌컥 마셨다. 같이 단식하는 아저씨께서 소금물이 체질인가보다, 하시면서 정말 잘 마신다고 칭찬해주셨다. 승마 운동을 2번하고, 여러 운동 기구를 번갈아가며 했는데도 장청소는 시원하게 하질 못했다.

 

소리산으로 산책을 가서, 돌아올 때는 차를 타지 않고 단식원까지 걸어왔다. 아침에는 잠잠했던 장이 약수터에 가서야 반응이 왔다. 시원하게 내보내고 단식원으로 돌아왔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힘이 있을 때 많이 걷는 게 낫다는 원장님의 말씀을 듣고 내일도 걸어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말이 필요 없는, 두려운(?) 된장 찜질을 했다. 그래도 두 번째라고 익숙해졌는지 참을만했다. 잠을 1시간 정도 잤더니 시간이 잘 갔다. 여전히 속이 쓰리고 신물은 계속 올라오는데,토는 나오질 않아, 된장 찜질 전에 마그밀 5알, 끝나고 5알을 먹었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게 마치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는데, 냉온욕을 하니 기력이 회복되었다.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게 냉온욕이다. 사우나를 마치고 마그밀을 5알 더 먹었다.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는 건지 문득 걱정되었다.

 

돌아와서 아로마 마사지를 받았는데, 선생님께서 내가 너무 아파해서 마사지하기 미안하다고 하셨다.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정말 아프긴 했다. 여쭤보니 다른 분들은 다들 시원해 한다는 말씀을 듣고, 내 몸이 그만큼 좋지 않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내 몸에 미안함을 느꼈다. 끝나고 목현수, 발현수, 모관운동을 했다.내가 매일 했던 운동의 이름을 4일째 되는 날 처음 알게 되었다. 확실히 하고 나면 시원하고 혈액순환이 잘 되는 기분이다. 이날은 너무 졸려서 일찍 잠이 들었다.

 

<2018-04-02 ; 5일 차>

몸이 찌뿌드드하다. 두통이 어제 저녁부터 약하게 있었는데, 아침에도 개운하게 일어나질 못했다. 감기를 걸린건지... 아니면 이게 명현현상일까? 어제 먹었던 마그밀 때문에 역시나 일어나자마자 설사를 했다. 날씨가 조금 쌀쌀했지만, 풍욕을 했다. 소금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갔더니, 신기하게도 두통이 사라졌다. 개운한 몸 상태로 일정을 소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어제처럼 맨발로 산책했다. 평소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질 않는데, 몸속의 전자파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는 원장님의 말씀을 듣고 열심히 걸었다. 맨발로 시원한 땅의 기운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발도 자극을 받아서 그런지 훨씬 건강해진 느낌이었다. 소리산에서 단식원까지 걸어왔는데, 어제보다는 힘에 부쳤다. 시간으로만 따지면 거의 4시간을 걸은 셈이다. 그리고 유난히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돌아오자마자 쓰린 속을 소금물 600ml로 달랬다. 원장님이 마그밀 먹어도 괜찮다고 하셔서 5알을 먹었다. 그리고 1시간 30분 동안 죽은 듯이 낮잠을 잤다.

 

사우나 가기 전에 건쑥을 했다. 눈도 맵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냄새도 오래가서 된장 찜질 다음으로 힘든 프로그램인 것 같다. 그래도 몸이 좋아진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사우나에서 냉온욕을 하니 후들거렸던 다리가 멀쩡해졌다.역시 마법의 냉온욕! 그렇지만 속이 여전히 쓰려서 마그밀 5알을 또 먹었다. 그만 먹고 싶다. 마지막 일정으로 체형교정을 받았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선생님이 정말 친절하시고 또 구석구석 꼼꼼히 몸을 풀어주신다. 오늘 성장판을 자극하는 마사지를 해주셨는데, 정말 전후로 거의 2cm가 차이가 났다. 띠용, 이 정도면 선생님 마술사 아니신지? 호호, 저는 이제 155cm가 되었네요!

 

오늘은 프로그램이 일찍 끝나서, 방에 돌아와 강하나 하체 스트레칭을 했다. 시간이 조금 남아 책을 읽는데 갑자기 5분 간격으로 쌍코피가 났다. 평소 같았으면 호들갑을 떨었겠지만, 단식하고 나니 성격이 조금 차분해진 것 같다. 그냥 오늘 조금 피곤했나보다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2018-04-03 ; 6일 차>

새벽 4시쯤 잠에서 깼다. 고요한 방안에서 들리는 빗소리가 듣기 좋았다. 잠시 빗소리를 들으며 풍욕을 하고 7시에 장청소를 했다.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아침부터 비가 와서 산책은 못 하고 삼거리에서 단식원으로 걸어왔다. 익숙해졌는지 별로 힘들지도 않았고, 어느새 단식원에 도착해 있었다. 비를 조금 맞긴 했지만 감기에 걸리지는 않았다. 돌아와서 안마기구랑 마사지기로 다리를 풀어줬다. 시원했다.

 

확실히 요가가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데 좋은 것 같다. 앞으로도 꾸준히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가면 언니를 따라서 요가를 시작하기로 다짐했다. 근데 요가가 끝나니 또 속이 쓰려서 결국 마그밀 5알을 먹었다. 냉온욕을 하고 났는데도 속이 여전히 말썽이어서 5알을 더 먹었다. 이것 때문에 프로그램에 집중할 수 없으니 그만 아팠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이어서 초음파, 건쑥을 하고, 샤워를 했다. 잠들기 전에 속이 쓰려 마그밀 5알을 추가로 먹었다. 오늘만 15알 째인데, 언제쯤 괜찮아질까?

 

 

<2018-04-04 ; 7일 차>

어제 먹었던 마그밀 때문에 소금물을 먹기도 전에 설사를 두 번이나 했다. 소금물을 먹는 중에, 아저씨께서 새끼손톱만큼의 현미 누룽지를 주셨다. 오랜만에 맛보는 음식에 정말 행복했다.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왔지만, 소리산으로 산책하러 갔다. 운동화가 여름 운동화라 발에 물이 들어가서 발가락이 시리고, 장갑을 꼈는데도 추워서 산책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진달래를 맛보았다. 물기를 털어내고 먹은 진달래는 새콤하면서도 씁쓸했다. 잎이 연해서 입에서 사르르 녹았다. 평소 같았으면 시도조차 안 했을 일이라 더욱 의미 있었다. 요새 미니멀리즘을 실천한다고 의미 있는 책들만 남겨두고 모두 버리고,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옷들을 기부하고, 화장품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왜 유독 음식에 대한 집착만은 버리지 못했을까. 아마 자극적인 음식이 주는 짧지만 강렬한 자극에 중독되어있던 것 같다. 이번 단식을 계기로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알고, 절제하는 습관을 기르기로 다짐했다.

 

단식하면서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진달래를 맛보고, 맨발로 흙길을 걸을 수 있음에, 빗소리와 계곡 물 소리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음에. 산책에서 돌아오자마자 아로마 마사지를 받았다. 손발도 너무 시리고 한기가 돌아 받는 내내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여전히 아팠고, 나중에 보니 마사지 받은 부분이 전부 멍이 들어있었다. 아픈 만큼 효과가 있는 거겠지 생각하기로 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하나 남은 프로그램을 미루었다. 오늘은 속이 쓰리지 않아서 좋았다.

 

 

<2018-04-05 ; 8일 차>

보일러가 틀어져 있어서 기분 좋게 잠에서 깼다. 비가 와서 쌀쌀했지만, 풍욕도 할 겸 창문을 열었다. 잠을 잘못 잤는지 목이 약간 뻐근했다. 평소 같았으면 뻐근한 목이 이틀은 넘게 갔을 텐데, 확실히 몸이 좋아졌는지 바로 회복되었다.

 

비가 와서 땅이 질척거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물이 많이 빠져있어서 걷기 편했다. 오늘은 다리에 힘이 없어서 2시간 산책 후 차를 타고 단식원으로 돌아왔다. 요가 수업을 받는데 뻣뻣했던 몸이 처음과 달라진 게 확실히 느껴졌다. 요즘은 요가 수업이 가장 기다려진다. 그리고 마지막 된장 찜질을 했다. 맨날 힘들다고만 느꼈는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아쉬웠다. 손도 빼지 않고 3시간 동안 열심히 했다. 오늘은 간청소를 하는 날이라 물을 마시지 못해서 그 점이 조금 힘들긴 했다. 그래도 된장 찜질을 하고 나면 피부가 한 톤은 환해지고, 개운하다.

 

6시에 간청소 약을 먹었다. 투명한색이었는데, 한약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어쨌든 처음 먹어본 맛이었다. 8시에 두 번째 약을 먹고, 10시에 세 번째 약을 먹었는데, 세 번째 약을 먹고 나니 속이 울렁거렸다. 물도 못 마셔서 정말 고역이었다. 원장님 말씀대로 한 시간을 꼼짝 않고 누워있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2018-04-06 ; 9일 차>

어느덧 퇴소할 날이 지척으로 다가왔다. 오전 6시에 일어나서 네 번째 약을 먹고 8시에 나머지 두 개를 먹었다. 속이 여전히 메슥거렸다. 한 시간을 꼼짝 않고 누워있다가 9시가 되자마자 물 한 통을 벌컥벌컥 마셨다. 생각보다 화장실을 시원하게 가질 못해서 찝찝했다. 아침 산책은 속이 울렁거리고 힘이 없어서 생략했다.

 

요가를 하고 나니 기력이 회복되었다. 가끔 느껴지는 올리브유 향 때문에 토기가 올라 왔다. 결론적으로 토를 하진 않았지만, 차라리 투명한 약이 나에게는 더 맞는 듯했다. 요가가 끝나고 원장님께서 매실 효소를 주셨다. 와... 정말 맛있어서 감동했다ㅠㅠ 한 모금 한 모금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냉온욕을 다녀오고 나서, 초음파를 했는데 피곤했는지 아픈 줄도 모르고 코를 골며 잤다. 자면서도 내가 코를 골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대망의 커피 관장. 원장님의 설명대로 쪼그려 앉아서 관장하는데, 약간 치욕스럽기도 하고 현타가 왔다. 8분이 넘어가자 손발이 벌벌 떨리고, 10분 동안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도 막상 하고 나니 찌꺼기도 많이 나오고 정말 개운했다. 과정이 조금 힘들긴 했지만, 내일 얼른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이면 드디어 집에 간다.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 속이 또 쓰려서 참다가 결국 마그밀 5알을 먹었다.

 

<2018-04-07 ; 10일차>

퇴소의 날이 밝았다. 눈을 뜨자마자 물도 마시지 않고 체중계에 올라섰다. 약 7kg가 빠졌고, 체지방은 4.7kg이 빠졌다. 15일 기준 8kg 감량을 목표로 했으니, 10일간 어쨌든 성공한 셈이다. 집에 돌아가서도 보식 열심히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소리산으로 마지막 산책을 갔다. 평소에는 빨리 걷느라 지나쳤던 풍경을 일부러 천천히 걸으며 감상했다. 고요한 산 속에 나 혼자 있는 느낌이 좋았다. 돌아와서는 첫 보식을 먹었다. 천천히 꼭꼭 씹어먹으려고 노력했다. 오랜만에 먹는 음식이라 정말 행복했다. 30분 조금 넘게 런닝머신에서 소화를 시키다가, 최근에 완공된 해독방으로 향했다. 손과 발, 머리에 소금을 묻히고 한숨을 자고 나니 땀이 났다.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시간상 조금 일찍 나왔다. 샤워까지 마치니 몸도 가볍고 개운했다. 커피관장을 하고, 원장님 부원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단식원을 떠났다.

 

<단식을 마치며>

2012년도에 44kg였던 몸무게가 어느새 두 배가량 늘었다. 딱히 무슨 일이 있었다기보다, 정신없이 먹고 운동은 하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그러다 취업준비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최종 면접에서 두 번이나 떨어지고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속상해하는 것도 마음이 아팠다. 살이 찌고 나니, 뭔가를 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체력이 달려 쉽게 이룰 수 없었다. 내 유일한 장점인 ‘끈기’가 사라졌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겉모습만 보고 나를 판단하는 게 싫었다. 자신만의 틀을 만들어 놓고 그 틀에 맞춰 다른 사람들을 재단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뚱뚱하기 때문에, 게으르고 소위 말하는 ‘자기 관리’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사실 나는 살만 찐 것일 뿐, 변함없는 ‘나’인데 말이다. 어쨌든 그게 가장 큰 이유였다. 타인의 생각을 바꿀 수 없으니, 내가 변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단식하고 나니 좋은 점이 많이 있다. 일단 살을 빼니, 그동안 무리했었던 허리와 어깨, 목이 많이 좋아졌다. 물리치료를 받고, MSM 파우더도 먹고, 집에서 수시로 마사지 볼과 폼롤러를 사용해도 낫지 않아 고생했던 족저근막염은 신기할 정도로 말끔히 사라졌다. 마음가짐도 달리 먹게 되었다. 음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남은 시간 동안 내 권리이자, 하나뿐인 나의 몸을 아껴주기로 했다. 살이 찌면서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 타인의 의견에 이리저리 휘둘렸다. 단식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고, 다른 사람들에게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중심을 잡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굳이 꼽자면) 힘들었던 점은, 일단 평소에도 역류성 식도염을 달고 사는 편인데 단식을 하다보니 속이 많이 쓰려서 프로그램에 완전히 몰입하기가 힘들었다.또, 나는 내성적이어서 밖에서 새로운 사람들은 만나서 에너지를 쏟고 나면, 혼자 있으면서 그 에너지를 다시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프로그램을 하고 나면 피곤해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부족했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단점들이다^^;

 

서울에서는 정말 상상도 못 할, 공기 좋고 물 좋은 양평에서 좋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뜻깊었던 10일이었다. 훗날 취업을 하고, 바빠진 생활 속에서도 이 시기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단식원에서의 시간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원장님, 부원장님, 체형관리 선생님, 아로마 선생님, 그리고 함께 힘든 시간을 이겨냈던 단식원분들, 모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이루시고자 하는바 모두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저는 5월 초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천 소연 배상